초여름의 주말

6월 15th, 2010

토요일, 비를 뚫고 학회를 다녀와서 수용이와 홈플러스에서 장을 잔뜩 보았다. 월드컵을 대비한 맥주 스물 네캔도 포함해서. 한동안 행복할것 같다. 장 보는 내내 영어로 장난치는 우리를 보고 점원이 묻는다. 아 유 코리언? 실컷 웃었다.
한국의 승리를 통해 얼큰하게 먹는다. 마침 미하누나도 찾아와서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전을 연이어 함께본다. 다가오는 새벽의 길목에서 오랜만에 막걸리와 요구르트를 섞어 먹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맛. 얼근달콤하다. 새벽은 즐거운 담소와 함게 익살스럽게 무르익었다. 좋다. 내일은 따뜻한 밥을 지어 먹자.

느지막히 일어난 일요일 아침 하늘은 어제의 세찬 비가 무색할 만큼 푸른 화사함을 품고있다. 베란다 창을 비집고 들어오는 초여름의 햇볕과, 온기를 머금은 바람이 손등에 닿는다. 그 손길로 야채를 씻고 다듬는다. 역시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은 즐겁다. 잠기어린 수용이는 부시시 일어나자마자 청소기를 돌린다. 그도 그만의 이유가 있다.
청소기 소리와 보컬 재즈가 어울어진다. 그 사이 나는 요리사에서 주방 보조가되어 누나에게 한 수 전수받는다. 마늘 기름에 새우가 튀겨지면서 향긋한 웃음도 곁들여진다. 이쯤 되면 하루는 노릇한 계란피가 올라간 새우햄야채볶음밥처럼 알싸한 즐거움과 함께 고소하게 볶아진다.

한적한 일요일을 보내기 좋았던 홍대의 카페를 벗어나 오늘은 삼청동으로 핸들을 돌렸다. 오랜만의 방문. 여전히 존재하는 그 공간에 채워진 숨결은 편안함을 안겨준다. 그 속에 웃다 먹다 마시다 한참동안 말없이 책속에 빠져든 우리가 덧칠되었을 뿐이다. 감사하게 하루가 무르익었다.

바라는 삶을 삶

6월 6th, 2010

바라던 저녁을 살다.
@홍대 아지오 avec 수용 미하누나.

  

만석이형의 귀국 – 신촌에서 한가한 시간 보내기

6월 2nd, 2010

만석이형이 귀국해서 오랜만에 함께 신촌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졸래졸래 신촌으로 나섰다.
이제는 지하철을 타고 신촌을 가는것도 익숙해져서 환승이 빠른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탄다. 익숙하게 된다는 것은 여로모로 편리하다. 마치 나만 비밀을 아는 듯 혼자 마음속으로 우쭐해 보기도 한다. 선거날이지만 시험기간이라서 그런지 학교는 사람들로 붐볐다.

잘 지내는것 같아 보기 좋았다. 한국에 있는것이 꿈같다는 형의 말에
실제로 형에게는 카메룬이 현실이고 한국은 꿈꾸는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수업 과제와 발표준비가 잔뜩 쌓여 있었지만 맥주 한잔을 한다. 신촌을 감싸고 있던 알싸한 기억이 오랜만에 찾아왔기도 했고, 가슴속에 꽁꽁 숨겨져 있었거나 혹은 외면하는것에 익숙해진 감정의 기복이 그 구미를 당겼으리라. 하지만 이내 즐거운 이야기들로 가득찬 우리의 대화내내 한참동안을 소리내어 웃었다.

즐겁다. 이 공기가. 이 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