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어릴때 아버지 차를 타고 가던 길이었다.
도로위 피어난 아지랑이 꽃 아래 조그만 물웅덩이를 보았다.
가도가도 닿을 수 없었던, 기억, 신기루.
그 넘어에는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에
그토록 말없이 멀어지던 신기루와 아지랑이는 넘실거렸을까?

스물 두 살,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에서 나는 바다를 본다. 바다를 보고, 섬을 본다.
현실인지 이상인지 너무도 흡사한 거대한 바다.
가도가도 닿을수 없는, 하지만 그곳에 ‘존재하는’ 거대한 바다.
사막은 메마른 곳이라는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을 무색케 만든 ‘존재하는’ 에너지.

스물 일곱살에 다시 나는 신기루를 본다.
아주 작은 나의 몸속에 자리잡은 거대한 신기루.
기쁨으로 맺어진 에너지 알갱이, 빼곡히 매워져 내 피부를 막으로 세상과 접하고 있는 에너지.
농도 짙은 에너지는 밖 세상으로 끊임없이 나오려 한다. 삼투압 현상 처럼.
그것이 아지랑이이다. 끊임없이 나오려는 에너지.
할말이 너무 많고, 할일이  너무 많아서, 알고 배우고 만나고, 사랑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끊임없이 재잘대는 동네 놀이터 일곱살 짜리 아이들의 목청 높은 수다처럼
나의 작은 몸 안에서 살아 숨쉰다.
내가 닿을 수 있는것은 여기가지야, 라는 스스로의 기준을 무색케하는 ‘존재하는’ 에너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보는 미래의 정수에 다가가는 과정에 있는 이 신기루와 그 위에 꽃피운 아지랑이가 왜 이토록 넘실대는지…..

아…
끊임없이 쫓아 가고싶은 신기루는 누구나 하나씩 간직하고 있던 것이었구나…
그 작은 몸 안에, 웅덩이이든, 바다이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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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to 신기루

  1. 강수용 강수용 님의 말:

    넘어 -> 너머

    이 것때문에 가슴이 너무 시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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